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모 대형서점 음반코너에 들리면 꼭 처음엔 DVD를 사려고 집었다가 CD를 사들고 나오게 된다. 뭐 가격차의 문제도 있지만, 생각도 못했던 아이템이 눈에 잘 띄는 것도 있다. 우스운건, CD를 사려고 맘먹고 가면 별로 사고 싶은 게 없더라는 거다.
어쨌든 비발디 사계라면 우선 지르고 보는 최우선 컬렉팅 아이템이라 듣도 보도 못한 연주자임에도 주저없이 사들고 왔는데... 이번 사계는 아주 독특한 것이, 피아노 편곡판이다. 그간 하프 편곡이나 플륫 편곡, 어쿠스틱 기타 편곡, 재즈 트리오 편곡, 심지어 오르간 편곡까지도 들어 봤지만 피아노 편곡은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었다. 생각해보면 여타의 다른 악기에 비해 편곡이 제일 쉬운 게 피아노임에도 왜 그런 시도가 여지껏 없었나 모르겠다(아니면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던가). 사실 비발디 곡의 특징이 화려하면서도 단순한 것인 만큼 (모순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이렇다. 한 번 들으면 흥얼흥얼 따라 부를 정도로 단순명쾌하면서도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지 않은가), 편곡도 잘만 하면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실제 들어본 느낌은 어떠한가 하면... 베토벤 교향곡을 피아노로 편곡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감이 쉽게 잡힐 듯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바흐나 핸델의 하프시코드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할 때의 느낌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아무래도 바로크라 그런 듯. 울림이 과다한 오르간과 달리 자유자래로 속주할 수 있는 게 피아노의 장점이어서 특히 '겨울'이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본반에서 가장 듣기 좋았던 것은 필업으로 들어 있는 만돌린 협주곡 쪽이다. 그게 그거 아니냐면 비발디에 한해서는 사실 반론하기 힘들지만. (기왕이면 '화성의 영감'도 넣어 줬으면 좋았을 것을)
* 살짝 라이너 노트를 보니 제프리 비겔은 오스트리아계 미국인으로, 농아였다고 한다. 베토벤의 후배? 영어가 서툴러서 자세한 것은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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