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ZILLA 특촬의 별





감독 : 개렛 에드워즈
주연 : 아론-테일러 존슨 / 와타나베 켄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 조 브로디는 갑작스런 발전소 붕괴로 아내와 동료들을 잃는다. 그후 15년 동안 미쳤다는 소리마저 들어가면서 붕괴 진상을 캐내기 위해 홀로 노력하던 조는 결국 아들 포드와 함께 그 '진실' 과 맞닥뜨리는데...

일본에서 초대고지가 발표된 이래 꼭 60년만에 만들어진 헐리웃 고질라. 1998년에 이미 고질라 타이틀을 단 영화가 나오긴 했지만, 어느 모로 보아도 '고질라'는 아니었기 때문에 팬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는 상태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이번에는 스탭이 연구를 많이 했다는 점이 확실히 보였다.
전체 스토리는 원자력 발전소로 파고들어 사고를 부른 괴수 무토(M.U.T.O : Massive Unidentified Terrestrial Organism)가 15년만에 눈을 뜨고 미국으로 건너가 둥지를 틀어 알을 낳으려고 하는데 '괴수 포식자'인 고질라가 달려와서 이들을 분쇄한다는 것. 구도 자체는 전통적인 고질라 시리즈보다는 용가리1999에 헤이세이 가메라를 섞은 듯한 것이 되어 있다. 하지만 스탭진이 가메라라면 모를까 용가리1999를 보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고질라를 어떻게 묘사했느냐 하는 점인데, 사전에 너무 뚱뚱하다고 질책받은 점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의 고질라는 날고 뛰는 것이 아니라 거구와 파워로 승부를 보기 때문. 그리고 그런 표현은 역시 원조고지를 잘 연구했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꼬리 액션도 좀 자주 나와서 그렇지 역시 고증을 잘 했다는 반증이다. 무엇보다도 느릿느릿하면서도 확실하게 밟아 나가는 고질라 특유의 스텝. '스모 선수의 발걸음 같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잘 살렸다. 조금 아쉬운 점은 발자국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무토가 난리 법석을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등장했으니 그럴 여유는 없었을 터. 그리고 기대하고 고대하던 방사능 화염도 보여주었다. 고질라의 방사능 화염은 실로 고질라 시리즈의 꽃! 문제는 너무 약했다는 점이다. 원조 시리즈에서도 후기로 가면 방사능 화염을 너무 남발하게 되어서 의의가 약해지긴 했지만 여기서는 문자 그대로 위력이 약했다. 아니, 무토는 원체 방사능을 먹고 사는 괴수이니 내성이 좀 있다고 하면 위력 문제는 넘어갈 수 있지만, 표현이 약했다. 서양인들에게는 '작품 속에서의 필살기' 개념이 아직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일까?
무토의 디자인에도 위화감은 생긴다. 하반신이 너무 사람같다는 점은 제쳐놓고라도 (98년도의 웨슬리도 그랬었다), 디자인 자체는 샤프하고 임팩트가 있었지만, 고질라 시리즈의 괴수라는 느낌은 약했다. 울트라맨의 괴수 쪽에 더 어울릴 듯한 디자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날아갈 때의 실루엣이 묘하게 가고일이나 스페이스 뱀파이어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그 자체로는 좋았다.
인간드라마 쪽은... 뭐 딱히 문제삼을 부분이 없겠다. 전형적인 헐리웃 스타일...이라기엔 요즘 헐리웃엔 이혼과 불륜이 너무 판치는지라 오히려 신선했지만, 그 때문에 안심하고 볼 수 있었다. 그보다도 본작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질라가 너무 갑툭튀라는 점이다. 스토리 진행이 고질라가 일본인에게든 미국인에게든 그 존재가 확실히 인식된 상태라는 느낌인데, 이는 기존 고질라 시리즈라면 늘 그래왔으니 이상할 게 없지만 본작의 경우는 미묘하다. 차라리 이번 내용을 속편으로 했다면 더 딱 들어맞았을 것이다.
한국 관객(이라기엔 이글루스의 반응밖에 모르지만)사이에 문제가 된 '액션부족' 문제는...원조 고지에 가깝게 한 거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잘 한 셈이다. 고질라라는 캐릭터 자체가 핵의 메타포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해서 고질라는 원래가 재난영화였다는 것이다. 물론 바로 다음 해부터 '괴수 레슬링' 노선으로 바뀌긴 했지만.
세리자와 이찌로 박사 역의 와타나베 켄은 주인공 못잖게 얼굴을 자주 비추지만, 누군가의 말마따나 '나와서 한 일' 이 없다. 뭐 그렇게 따지자면 조수로 나와서 더 한 게 없는 비비안 역의 샐리 호킨스가 더 안습이지만. 어쨌든 영어로는 우물우물하다가 '고지라!' 발음만 또렷한 일본식으로 말하는 와타나베의 대사는 매우 재미있었다. 대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98년 웨슬리의 '나니가 오콧다!' 에 비할 만한 명대사가 없었다. '무스코와 도코다?' 같은 게 있긴 했지만 약했다. 그나저나 아픈 상처를 대놓고 헤집는 내용인데, 일본 공개 가능하려나?

* 어릴 적 포드의 방에 <미니라 대 하부라>의 가상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리틀 고질라가 따로 있는 지금 상황에서 미니라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하부라는 꼭 보고 싶은 괴수. 오키나와 괴수이니 킹 시이사도 다시 등장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 초반부 조의 주장을 사람들이 믿어 주지 않을 때에는(그래봐야 아들뿐이지만) <비천괴수>도 떠올랐지만, 원래 괴수의 존재를 믿어 주지 않는다는 것은 헐리웃 괴수영화의 클리쉐.
* 고질라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마다 웬지 흑형같아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뭐 선입견 탓일 듯.
* 포드가 멍하니 괴수를 바라보는 장면은 너무 자주 써먹어서 빛을 바랬다.
* 이후쿠베 아키라의 그 유명한 테마곡이 변주로라도 나와 주길 바랬었는데...뭐 비슷한 느낌이긴 했지만.
* 이제 고질라팬들의 숙원사업 <킹콩 vs. 고질라>가 꼭 이루어지기를 다시금 기원한다.
* 크레딧에서 알 수 있지만 <헤도라>의 감독 반노 요시미쓰가 참여하고 있다. <반노가 참여했는데 이정도냐?> 와 <반노가 참여해서 이정도다!> 어느 쪽이 답인지는 관객의 몫.
* 그러고 보니 로버트 세크리(이름이 맞나?)의 SF단편 중에 핵미사일로 괴수를 유인해서 우주 멀리 보내버리는 작전 펴는 이야기가 있었다. 거기서는 파충류가 아니라 Blob 형태였지만.

덧글

  • FAZZ 2014/05/18 18:34 # 답글

    고질라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마다 웬지 흑형같아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뭐 선입견 탓일 듯.-> 저도 볼때마다 마이크 타이슨이 생각나긴 했는데 저만 그런건 아니었군요 ㅎㅎㅎ

    저는 고지라 2014 볼때마다 헤이세이 가메라 - 대괴수 공중결전이 생각나던데. 아무리 봐도 원작 고지라보다 이쪽을 더 참고한게 아닌가 의심이 마구마구 갑니다.

  • rumic71 2014/05/18 18:36 #

    저도 본문에 그렇게 적었습니다만, 컨셉이 확실히 그쪽입니다.
  • Uglycat 2014/05/18 18:49 # 답글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이번 리메이크판에서 가장 거슬렸던 점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슬쩍 언급한 부분이었습니다...
    적어도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달갑지 않은 대목...
  • rumic71 2014/05/18 18:54 #

    아니 일본인은 어딜 가든 피폭자 어필을 하고 다니니까 '일본인답다' 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그래놓구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게 웃기지만.
  • oIHLo 2014/05/18 20:52 # 답글

    반노 감독이 추진하던 아이맥스 3D용 헤도라 리메이크가 자금난으로 레전더리 쪽에 흘러간 거던데요.
    그럼 거의 이름만 올렸다고 봐야겠죠...

    헤도라 리메이크는 계속 추진한다고는 합니다.
  • 오오 2014/05/20 10:09 # 답글

    로켓에 실어 우주로 추방하는 방법은 가메라 1편에서도 썼었는데 이 방법의 문제는 반드시 후편에서는 운석에 맞아서 귀환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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