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메이드는 부정형 2 한밤의 도서관

우리집 메이드는 부정형



원작 : 모리세 료 / 시즈카와 탓소 (스매쉬 문고)
일러스트 : 아야쿠라 쥬우

토오루와 테켈리의 동거생활(?)도 제법 안정되어서 테켈리가 아사히와 쇼핑하러 간다던가, 토오루의 클라스메이트들이 집으로 놀러온다던가 하는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게 된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토오루네 집을 비밀리에 감시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토오루와 테켈리 아사히 셋이서 일대 작전을 펼쳐 감시자를 붙잡고 보니, 오랫만에 일본에 돌아온 토오루의 모친 미쓰키였다. 토오루를 직접 만날지 말지 망설이다보니 감시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고. 이어서 미쓰키는 놀라운 이야기를 해 준다. 애초에 토오루의 부친에게 쇼고스에 대한 정보를 준 것이 미쓰키 본인이라는 것. 미쓰키는 대학 연구소를 떠나 북유럽 N모 왕국의 복합기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쇼고스가 있는 남극지방의 방문 허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남편에게 연락하여 학술 연구 차원에서 입국하게 했다는 것.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나온 상황에서 갑자기 미쓰키가 토오루와 아사히를 가스로 잠재우고, 테켈리를 데리고 가버렸다는 것! 반나절 뒤 간신히 깨어난 토오루와 아사히는 끌려간 테켈리를 되찾기로 결심하는데...

<기어와라! 냐루코 양>과 더불어 크툴루 모에화의 양대 기둥인 <우리집 메이드는 부정형>의 속권. 1권이 나온 것이 10년 6월이고, 본작은 13년 5월에 발매되었으니 실로 3년 만이다. 작가인 모리세 료에 따르자면, 원래 자신이 플롯을 짜고 공저자인 시즈카와가 스토리를 쓰는 체제였는데, 일단 그렇게 초고를 써 놓고 나서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몇 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참에 모리세 본인이 대부분 고쳐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1권에서는 그냥 원안이었던 모리세가 이번에는 공저자로 크레딧되어 있다.
언급한대로 이야기 초반부는 '안정된 일상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단 1권에서의 단점이었던 장황한 배경묘사나 모놀로그는 더 심화되었다. '의식의 흐름'도 아니고 '인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예를 들면 테켈리와 아사히가 쇼핑하러 갔을 때 아사히는 테켈리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쇼고스의 본질과 쇼고스 세포의 기능, 인류와의 관계, 의학적 어프로치, 산업적 값어치, 철학적 고찰 등등 대단히 복잡한 생각을 한참 떠올리는 것으로 지면을 잔뜩 잡아먹는데, 생각할 거 다 하고 나선 '그러고 보니 이런 건 내가 알 바가 아니었지' 하는 식으로 넘어가버리니 얄밉다. 토오루가 아사히 몰래 바롤을 만나러 갔을 때에도 몇 페이지에 걸쳐서 배경묘사를 한참 해놓은 뒤, '이게 웬 중2병 모놀로그?' 하고 알아서 딴죽 걸어 버린다. 요컨대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1권에서는 작가가 신인이라 구성과 지면 배분에 서툴러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모리세가 전적으로 관여했으므로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꼭 이런 데에다가 향후의 복선을 숨겨놔서 대충 넘길 수도 없는 점이다.
그리고 중반부의 '테켈리 납치 사건'으로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확 바뀐다. 이야기 초반에 아사히는 자기 전용 컵이나 욕실용품, 심지어 의자까지 토오루네 집에 가져다놓을 정도로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토오루는 이참에 방 한 칸을 아예 아사히에게 세를 주기로 결정한다. 그러자 그때까지는 좀 사양하던 분위기였던 아사히가 '돈을 냈으니까' 라는 이유로 금세 태도가 바뀐다. 여타 작품에서 츤데레는 많이 봤지만, 아사히는 츤데레를 넘어 뻔뻔한 뻔데레. 아니, 그러고보니 데레도 없다. 어쨌든 초반부에는 학급 친구들도 오락가락하고 해서 좀 곁으로 물러나 있었다는 느낌인데(참고로, 학급 친구들도 등장할 때마다 장황한 배경 설명이 곁들여진다), 테켈리가 납치된 이후로는 완전 둘만의 공간. 스토리 진행상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아무런 관련도 없는 개그를 치는 것은 좀 어떨까 싶다. 이런 연출은 적어도 마야 미네오 정도 수준이 되지 않으면 억지로 갖다 붙이기식으로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
냐루코와 더불어 양대기둥이라는 점은 이미 언급했지만, 냐루코의 직접적인 영향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토오루가 SAN수치를 언급하게 되었다던가, 아사히의 오토바이 이름이 오토 바이야키라던가(정확히는 메카의 종류를 가리키는 것이고 애칭은 따로 있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사히와 테켈리가 게임센터에 갔을 때, 폴더형 게임기를 손에 들고 한정 배신(配信)하는 몬스터를 입수하러 찾아온 '포멀하우트의 붉은 반점' 만큼 빨간 머리를 한 여인네와 마주친다. 아공간 벡터를 통해 사라졌으므로 당연히 지구인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생명의 위기를 넘겨 가면서(주로 아사히가 오토 바이야키의 조립을 대충 한 탓에) 모친이 탄 배를 따라잡은 일행은 떼거지로 몰려나오는 경비 로봇을 모두 해치우고 모친과 대치하게 되지만, 모친이 테켈리를 데려간 이유는 쇼고스 세포를 연구하여 불치병에 걸린 지인을 치료하기 위함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그동안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토오루가 첫 성공 사례라는 것. 하지만 토오루는 사실 성공한 게 아니었고, 바롤의 마법으로 간신히 폭주를 억누르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었다. 토오루가 지쳐 잠든 뒤 다시금 미쓰키와 대치한 아사히는, 미쓰키가 사실 몰래 약물의 도움을 받아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고, 그게 아니라면 맨정신으로 토오루를 마주할 수 조차 없는 멘탈 상태임을 알아차린다. 미쓰키 역시 아사히의 과거를 들먹이면서 비난을 퍼붓는다. 세 사람이 모두 비밀을 가지고 있었던 것. 여기서부터는 막장 드라마는 아니더라도 훌륭한 주말연속극 분위기인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토오루의 과거사 때문에 부친은 미움받는 것도 각오하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가 결국 토오루 곁을 떠났고, 모친 역시 토오루의 여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가버렸던 것.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토오루는, 테켈리가 끌려갔었고 자신이 대작전을 펼쳤던 것은 기억하면서 정작 그 범인이 모친이라는 것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니 모친과 만난 것조차 기억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에게 가족 관련 기억을 잊어버리는 병 같은 게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설명은 없다. 모리세 료의 취향이 그런 건지, 떡밥 회수에 공을 들이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또 잔뜩 뿌려놓고 다음 권으로 넘겨버려서 호기심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온다. 게다가 문장에도 뭔가를 숨겨 놨달지, 네타를 알면 다시 읽어봐야 할 요소도 많이 있다. 이거 딱 크리스티 할매, 그 중에서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식인데, 그거 반칙이요! 모리세 상.

* 모친이 찾아와서 처음 한 것이 테켈리에게 여권을 만들어준 것인데, 여권 자체는 진짜지만 물론 내용은 위조다. 그런데 여권에 찍힌 테켈리의 성은 다름아닌 리(李)다. 중국계 N모 왕국인인 테켈리 리.(외모는 백인풍 아니었나?)

* 납치당한 테켈리의 뒤를 좇은 토오루와 아사히는 일단 모친이 탄 배를 정지시키기 위해 아사히의 소환술로 해저괴수 크라켄을 불러내었다. 아사히가 마법사니까 뭐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사실 이 크라켄은 아사히와 친분이 있는 <딥 원> 들에게 빌린 것. 그리고 그 딥 원들 중 한 명의 사자로 반어인 귀족이 찾아와 공주의 편지를 전해주고 가는데, 반어인 귀족의 이름이 다름아닌 <사오정>. "서유기의 그 사오정 말이야? 본인이야? " / " 설마, 천 몇백년전 일인데?" / "그럼 그렇겠지, 별명이나 뭐 그런 건가 보군? " / "응, 증조할아버지 이름을 땄대."

덧글

  • 2014/11/22 16: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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