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서여행기 <0> 던존의 여행자

늘 여행기를 쓰다 보면 한 3일차 전후해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번만큼은 끝까지 잘 써보자 다짐해 봅니다.

지난달 30일부터 4박 5일간 열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겨울도 되고 했으니 가족여행을 생각하고, 노모가 추위에 약하시니 이번엔 그나마 따스한 카고시마를 갈까...아예 미야자키로 갈까, 이부스키 해안에서 모래찜질도 괜찮겠지...하고 이리 저리 궁리하던 차였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간만에 혼자 한 번 다녀오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사실 가족여행으로 가면 맘대로 돌아다니질 못하기에 혼자서 가는 게 더 놀기 좋긴 하지요. 특히 저처럼 발길 닿는 대로 싸돌아댕기는 스타일은 더욱.
그래서 기획을 완전히 변경, 염원하던 타카야마를 갈지, 역시 줄곧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와카야마를 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요전 갔을 땐 절반도 제대로 못 본 (특히 밥을 제대로 못 먹어 보았던) 코베를 들리었다가 와카야마로 가는 기획을 짰습니다. 기획 자체는 술술 잘 나왔지만 문제는 티켓팅과 숙박 예약이었는데, 노모님께서 자신의 마일리지로 서비스 티켓을 끊으라고 엄명하셔서, 졸지에 땅콩항공을 타고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것도 옛날에 한번쯤 해본 적이 있긴 했지만, 꽤 오래 전이어서 뭘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제 이름이 땅콩에 등재되어 있지 않아서, 회원 가입부터 해야 했습니다. 이걸 무식하게 본사 사무실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처리하느라, 안 그래도 아슬아슬했던 정신줄을 완전히 놓고 말았습니다. 몸이 힘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창졸간에 정한 날짜가 28일. 그러나 날짜를 확정해놓고 호텔 예약을 하려고 보니, 가격을 막론하고 그 날에 빈 방이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차례 정신줄을 또 놓고는 헐레벌떡 본사와 교섭해서 날짜를 30일로 늦추었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방 한칸을 잡았습니다. 그 대신 평소보다 비싸게 잡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지요. 다행히 그날 이후는 여유 있게 예약을 할 수 있었지만, 와카야마의 2박을 모두 같은 호텔로 정해버렸습니다. 원래 생각은 첫날은 도착 지점인 난카이 역 근처를 잡고, 다음날은 이동에 편리하게 JR역 근처로 옮길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가 보니, 그 생각이 옳았습니다. 맨 마지막 날 오오사카는 가장 여유가 있었지만 코베에서 비싼 방을 잡은 탓도 있고 해서, 그 유명한 아이린지구에서 싼 호텔을 잡았습니다(싸다고 해도 그 동네에서는 두번째로 비싼 집).
이러구러 정신없이 준비를 끝내고 전날 밤 짐을 챙겼습니다. 여느 때라면 이동경로니 뭐니를 전부 파악해놓고 핀포인트로 자료를 챙겼겠지만 이번엔 워낙 정신줄 놓은 채 진행한지라 조금만 관련 있으면 자료를 무조건 챙겨넣은 탓에 짐이 가득했습니다. 이것도 훗날 문제의 소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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