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나 타카시의 슈만 교향곡 3번 서울 슈타츠카펠레



지휘 : 아사히나 타카시
악단 : 오오사카 필하모닉
녹음 : 1994년 10월 오오사카 페스티벌 홀
발매 : 캐년 클래식스(PCCL-00311)

슈만 교향곡 3번은 슈만의 네 교향곡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부제인 '라인강' 에 실로 걸맞게, 큰 스케일과 실로 자연스러운 선율 진행이 강물의 흐름을 아주 잘 묘사해주고 있다. 1번도 역시 부제에 걸맞게 통통 튀는 맛이 매력적이었지만 기묘하게 2번이나 4번은 분명 명곡일 터임에도 귀에 통 안 들어온다. 물론 내 자신의 내공 수위가 바닥인 게 그 이유겠지만.
그런데 본반의 라이너 노트에도 씌어 있지만, '슈만 3번'의 명연주란 게 그다지 없다. 아니 다들 연주를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명한 연주가 없단 뜻이다. 필자(우노 코호)는 슈리히트나 발터, 아르농쿠르 등이 그나마 기억에 남았다고 꼽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줄리니나 텐슈테트, 클렘페러 정도를 더할 수 있겠지만 다 거기서 거기란 느낌이다.
그런 상황에서 본반은 특별히 꼽을 만한 한 장이 될 수 있겠다. 일본인 지휘자가 일본의 악단을 지휘하여 일본에서 녹음한 음반이지만, 슈만 3번만 10종 가량 들어본 입장에서는 한 번 들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사실 아사히나 타카시는 아마도 '일본의 지휘자'로서는 가장 지명도가 높지 않을까. 물론 오자와 세이지라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마에스트로가 있긴 하지만 '일본 내에서의 활동' 만 놓고 보면 역시 아사히나가 가장 지명도가 높을 듯 하다.
후쿠오카의 베이 에이리어에 가면 전 세계 유명인들의 손을 청동으로 떠 놓은 오브제가 있다. 거기에 아사히나의 손도 있었는데, 그 때에는 아사히나가 누구인지 도무지 떠올리질 못해서 무심하게 지나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다. '지휘자의 손'을 구석구석 잘 살펴볼 기회였는데 말이다. 뭐 언젠가 또 한 번 가보면 될 일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음반이 내가 최초로 들어본 슈만 3번이고, 덕분에 완성도를 떠나 개인적인 판단의 기준점 같은 연주가 되긴 했지만, 그런 면을 떠나서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이 연주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장엄하고 스케일 크면서도 유려한 것이 비록 오오사카 필하머닉이라는, 일본 내에서도 콩라인인 악단의 연주이긴 하지만 실로 흠 잡을 데가 없고, 그야말로 강물 흐르는 정경이 눈 앞에 떠오르는 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다. 음질도 에자키 토모요시가 담당한 만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에자키가 선호하는 명료하면서도 묘하게 어두운 듯한 톤으로 마감되어 있다. 취향문제일 뿐이겠지만 나로서는 좀 더 밝은 느낌이면 좋겠다. 거듭 말하지만 음질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나는 본반이 라이브 연주였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들으면서 겨우 깨달았을 정도로 소리가 또렷하다. 그런데 오오사카 필하머닉의 음색이 참 묘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현을 단단히 응축'한 듯한 느낌을 주는데, 현의 두터운 베일을 치는 빈 필이나, 아예 쇳모루 같은 느낌을 주는 드레스덴과도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런던 심포니처럼 탄력있는 느낌도 아니고. 심지어 같은 일본의 NHK 교향악단과 비교해도 다르다. N향이라면 더욱 조신하고 우아한 사운드였을 테니까. 필하모니아? 아니 필하모니아라면 더 찰진 소리가 나와줘야 한다. 뉴욕 필? 단단히 뭉친 소리는 뉴욕 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뉴욕이라면 앙상블은 별로라도 파워 하나는 끝내주지 않는가.
사실 악단이 꼭 다른 악단의 스타일을 닮아야 할 이유는 없다. 다른 데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유의 개성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예술하는 입장에서 매우 좋은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경우 과연 자신만의 개성을 내세우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개인의 느낌에만 의존한 건지 몰라도, 생생하게 정경을 그려준 대신 지휘자의 모습도 악단의 모습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로 본반의 CD넘버는 위에 언급한 대로 PCCL 00311인데, PCCL 543이 붙은 음반이 별도로 존재한다. 재킷도 내용도 똑같기 때문에 처음엔 좀 어이없었지만, 사진을 자세히 보니 24비트 어쩌고 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마도 리마스터링을 해서 2002년에 재발매를 한 듯하다. 아직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 부록:


지휘 : 브루노 발터
악단 : 뉴욕 필하머닉
녹음 : 1941
발매 : Grammophono 2000

라이너 노트에 언급된 발터의 연주가 마침 손맡에 있기에 한 번 비교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플레이어에 걸었다. 녹음 시기가 너무 많이 차이나므로 확연한 비교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음질이 좋은 편이다. 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발터는 미국으로 '피난' 간 이후 악단의 혜택을 못 받았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발터가 전담하고 있던 콜럼비아 심포니의 연주 수준이 떨어져서 발터의 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게 그 주장의 핵심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콜럼비아 심포니의 연주자들이 결코 수준 낮지 않은 명연주자들이었다는 반론도 있긴 하지만, 암튼 빈 시절과 비교해서 뭐가 많이 다르긴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선 빈도 아니고 콜럼비아도 아닌 뉴욕 필이다. 솔직히 어수선하지만 파워만큼은 짱짱한 뉴욕 필이 단아하면서도 정교한 발터와 만나면 서로의 결점을 잘 보완해주는 연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과는 별로 좋지 않다. 웬지 조급하고 웬지 불안한 연주다. 전시녹음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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