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희는 장밋빛 꿈을 꾼다 한밤의 도서관



원제 : 吸血姫は薔薇色の夢をみる (엘뤼시온 라이트노벨)
원작 : 사사키 이찌로(佐崎 一路)
일러스트 : 마리모
번역 : 엄태진 (영상출판미디어)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나. 그런데 눈을 떠 보니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내가 있던 곳은 게임 속의 세계... 주변 인물들도 모두 게임에서 친숙한 캐릭터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마물들의 제국 <임페리얼 크림슨>의 주인으로서, 막강한 힘을 휘두르며 세력 확장에 나아가게 되는데...

이세계 소환물과 더불어 양대 기둥으로 떠오른 이세계 전생 장르. '갑작스런 사고로 죽는다'는 도입부는 이제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뭐 근자에 '천수를 다한 뒤' 환생하는 변화구도 나오긴 했지만. 그리고 '눈을 떠 보니 여체화되어 있었고, 게임 세계관과 흡사했다'는 작품도 '공격마술을 쓰지 못하는 마술사' 등으로 지극히 익숙해진 패턴. 휴먼이 아니라 마물로 환생한다는 스토리도 '전생슬라임' 등에서 이미 선보였던 것이다. 뭐 라노베에서 그런 걸 일일이 따지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지만.
다만 특이점을 하나 꼽는다면 주인공이 이세계에서 신생아로 새출발하는 게 아니라 게임 속의 나이 설정 그대로 되살아났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게임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장르가 따로 있느니만큼 이것도 사실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긴 하지만.
이런 류의 이세계 전생물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현생에서의 상황이 점점 막장화되어가는 경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오타쿠나 니트가 마치 현실도피하듯 이세계로 날아가는 식이었지만, '공격마술'의 경우는 양친을 잃고 방황하다가 얼어죽기 전에 고아원에 수용된 주인공이었고, '딘의 문장'에서도 가족의 신뢰를 잃은 채 자학의 끝을 달리던 주인공이었다. '소박한 청년의 이세계 전생기'에서는 심지어 네토라레를 당한 데다가 배신한 여자에게 찔려 죽기까지 하는 초막장 전개. '마력을 쓰지 못하는 마술사'는 일단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이었지만, 환생할 인재가 필요하단 이유로 신의 손으로 주인공이 끔살당한 데다가 나중에 딸내미까지 전생되어 오는 막장 중에서도 상 막장이었다. 그리고 본작도 만만치 않다. 주인공이 조실부모하는 거야 앞서 말한대로 정해진 패턴이지만, 그 뒤 친족들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린 뒤, 일단 백부댁에 의탁했지만 심각한 아동학대의 나날. 게다가 백부의 폭력만이 아니라 사촌형에게 동성강간까지 당하게 된다. 심각한 트라우마가 남고 남성불신에 빠져도 이상할 게 없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냥 작가 편의주의여서 그런 지 몰라도 이야기 진행 중에 그런 건 전혀 안 나온다. 일단 적이라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베어버리는 성격이 되기는 했지만.
여체화 전생물이기는 하지만, 작가 스스로 후기에 쓴 대로, '전혀 고민 없이 여자애로 지내고 있다' . 사실 2~3년 전부터 TS물을 소개할 때마다 언급해 오긴 했지만, 작금의 TS계 작품은 '귀찮은 건 건너뛰는' 경향이 자주 눈에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일전의 '나는 린' 같은 작품은 완벽하진 않지만 제법 볼 거리가 있는 편이었는데... 뭐 이건 딴 이야기이고, 암튼 작가후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하자면, 원래 후기와는 별도로 한국어판 후기가 따로 있다. 문단문학이라면 한국어판 서문을 별도로 쓰는 건 일종의 관례 같은 것이 되긴 했지만, 이쪽 업계에서는 처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역자 후기도 별도로 있는 게 꽤나 충실감을 준다.

* 작가 이름을 언뜻 보았을 때 사카키 이찌로인줄로 착각하고, 이 양반이 웹연재까지 하나...하고 놀랐었다. 한자로 쓰면 전혀 착각할 일이 없는데.
* 출판사인 신기원사는 '도해 XXX' 시리즈로 유명한 바로 그 곳이다. 작가에게 자료만큼은 충분히 제공해줄 수 있을 듯.

덧글

  • 로리 2016/02/26 17:14 # 답글

    저도 작가 이름 때문에....
  • 카레 2016/02/26 21:09 # 답글

    나름 TS물의 왕도적인 전개를 기대할법도 싶었는데, 극초반에만 그런 전개가 찔끔... 나오려다가 그냥 쭉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더군요. 심지어 그 나올뻔한 전개에서도 TS물에 흔히 있던 영혼은 남잔데 몸은 여자, 남자 앞에서 알몸이 되어도 부끄럽지 않아- 같은 전개는 택도 없고 되려 수준 높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솔직히 굳이 TS설정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 rumic71 2016/02/26 22:18 #

    성적학대 때문에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는 묘사만 넣어줬어도 월등히 완성도가 올라갔을 터인데 아쉽습니다.
  • WeissBlut 2016/02/26 23:02 # 답글

    라노베에서 한국어판 후기가 따로 있는건 9S가 더 먼저였을걸요. 1권이랑 2권밖에 없고 그나마도 같은 내용이긴 했지만.
  • rumic71 2016/02/26 23:38 #

    오호 그랬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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