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작성공! ~이세계 농장에 잘 오셨어요~ 한밤의 도서관




원제 : 豊作出来 ~異世界農場へようこそ~
원작 : 유우키 린 (대쉬 X 문고)
일러스트 : 팔마로( ファルまろ)


'머리 위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종교 계율 때문에 나무열매나 사냥한 새 같은 것 이외에는 먹지 못하는 이세계. 특히 이곳, 모우노촌은 돌림병이나 사고 등으로 장정들이 거의 없어지고, 노인과 여자아이들이 태반인 쓸쓸한 마을. 사냥을 나설 남정네들이 없어져서 심하게 굶주리고 있는 상황이다.
도회로 나가 모험자 일을 하다가 모종의 사정으로 마을에 돌아온 아레이는, 던전을 탐험하던 도중 만난 일본인 청년 아즈마가 나누어 준 주먹밥을 먹고 기운을 차린 이래, 계율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주민들에게 쌀을 먹이고저 한다. 그리고 다시 소환되어 온 아즈마는 자신의 농사 기술을 전수해주면서 이 마을을 풍요롭게 만들어 나간다...


드디어 초 거물급 베테랑인 유우키 린마저 이세계물을 썼다! 일러스트인 팔마로는 '필승 던전 운영방법(必勝ダンジョン運営方法)'이나 '왼손잡이여서 이세계로 끌려갔다(左利きだったから異世界に連れて行かれた)'등을 맡은 바 있다. 유우키 린은 왕년에 수퍼 대쉬 문고에서 대작인 <오파츠 러브>를 발표한 바 있고, 그 작품은 개인적으로 라노베에 탐닉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므로 실로 의미심장한 셈. 그래도 거물답게 두 가지 면에서 쏟아져나오는 다른 이세계물들과는 사뭇 다른 어프로치를 꾀하고 있는데, '농사'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그 하나다. '우리에겐 야채가 부족하다' 라든가, '농림' 이라던가, '지극히 평범한 귀농라이프' 등등 농사를 소재로 삼은 작품은 기존에도 있긴 했지만, 이세계에 제대로 결합시킨 작품은 본작이 처음일듯. 하긴 이전에도 '청운을 달려라' 라든지 '정령환상기' 같은 이세계 작품에서 농사 이야기가 살짝 얼굴을 내밀기는 했었다. 나머지 하나의 요소는 아예 관점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즉 주인공은 이세계인 아레이이고, 다른 작품 같으면 주인공 역을 맡을 소환된 일본인 아즈마는 어디까지나 코치 역에 한정된다. 물론 활약상으로만 놓고 보면 아즈마가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긴 하지만.
사실 본작도 다른 이세계물과 마찬가지로 '이세계에 일본의 문화 침략을 자행하는' 내용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위화감을 최소로 하기 위해, 이세계 자체가 어느 정도 일본에 가까운 분위기로 설정이 되었다. 사람 이름부터가 시즈루, 야이바, 미코네 등등으로 일본풍이다. 또 재배한 쌀로 밥을 해먹는 마지막 장면은 아무래도 일본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이야기 구성상 벼보다 밀을 먼저 손에 넣었기 때문에 빵이나 케익 등이 더 먼저 등장하는 등 그 나름대로 다양성을 부여해주려고 노력하기는 했다.그건 어쨌건 계율 때문에 고기만 먹어야 하고, 야채나 곡물을 먹는 것은 사치라는 본작의 관점은 꽤 유니크하다.
'이세계 이자카야 노부'처럼 아예 이세계와 저세계에 양다리를 걸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본작에서의 소환은 일정 시간 이후 되돌아가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이어서 역시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작 주인공 아레이는 소환 능력을 얻은 대신 저주를 받아 생물을 죽이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모험자도 사냥꾼도 포기하긴 했지만 훌륭한 농사꾼으로 거듭나려고 한다. 굳이 '거듭난다'가 아니라 '나려고 한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농사 첫 해여서 실제로는 자생한 밀이나 벼를 그냥 채집한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물을 대고 새나 짐승을 쫓아내는 등 나름대로의 관리는 시도했지만, 파종이나 모내기부터 시작한 것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따라서 저 표지 그림은 오류가 좀 있다. 토마토나 피망 같은 건 야생을 캐어 먹었지만, 옥수수 같은 건 절대 안 나온다). 아즈마의 역할이 농사를 가르쳐준다기보다 '이세계 요리사' 처럼 보이는 것도 역시 이 때문일 듯.
어찌 되었건 거물 작가의 작품답게 문장 표현이나 문단 구성 같은 것은 딱히 트집잡을 곳이 보이지 않는다.

덧글

  • 자유로운 2016/10/20 00:36 # 답글

    농사를 안짓고 문명이 성립하긴 참 어려울텐데... 잘못쓰면 헛점도 많겠군요. 대신 아무도 안본 관점이라 이것도 나쁘진 않네요.
  • rumic71 2016/10/20 00:40 #

    '이세계 요리도'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정치적이나 종교적인 계율 문제라서 문명의 발달과 무관하게 규제가 가능하다는 발상이지요.
  • 자유로운 2016/10/20 01:13 #

    여튼 두고 봐야겠네요.
  • rumic71 2016/10/20 23:08 #

    배경이 산속의 깡촌이니... 아마 교단 고위층이나 왕도의 귀족들은 몰래 먹고 있었다는 흑막이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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