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1. 병사의 딸 한밤의 도서관


원제 : 本好きの下剋上 (TO북스)
원작 : 카즈키 미야(香月美夜)
일러스트 : 시이나 유우
번역 : 김봄 (V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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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책덕후인 여대생 모토스 우라노는 평소 '책에 파묻혀 죽는 것이 꿈!'이라고 읊고 다니다가 지진으로 인해 진짜로 책에 깔려 사망한다. 다행히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 이세계의 여자아이 마인으로 환생하였지만, 책은 고사하고 종이조차 변변히 없는 세계였다. 게다가 허약해서 하루 움직이고 사흘을 앓아 눕는 체질이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그래도 꿋꿋이 일어선 마인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를 부르짖으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이번 작품은 좀 마음 무겁게 접했다. 여느 다른 작품이라면 발매 정보를 접하면 돈이 되는 한 즉각 구입하는데, 본작만큼은 정보도 돈도 있었음에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였다. 내 자신 활자중독이어서 본작의 테마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국 해를 넘기어 겨우 구매했는데...읽어본 결과는 역시 남의 일이 아니었다.
우선 본작의 특색부터 논해보자. 빙의물이라고 할 지, 어린아이 상태에서 영혼이 덧씌워지는 이세계물이 근자에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전생'과 '소환'의 중간쯤 되는 게 신선하게 느껴져서일 듯 하다. 전생물의 경우는 아예 임신 단계에서 이쪽 세계로 오기 때문에 이세계에 대해서 쉽게 적응이 된다는 점 때문에 이리 어중간한 시점을 택하게 되는 듯 하다. 본작 이외에는 에이트맨 <팔남(八男)>이라든가 <평균치> 등이 해당될 듯. 이세계물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미묘하지만, <나, 린>같은 경우도 일종의 빙의물이랄 수 있겠다.
그리고 주인공이 10세도 채 못된 유아다. 이 역시 <공격마술을 못 쓰는 마술사>(이 작품 정말 자주 언급해먹는다), 나 <전생소녀의 이력서> <동화나라의 달빛공주>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한결같이 나이에 비해서 너무 앞서 간다는 점이 있다. <공격마술>의 경우는 주인공이 그 점을 의식하고 일부러 유아스럽게 굴려고 노력이라도 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주변에서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뭐 다른 점을 이상하게 여기기는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에 본작의 가장 큰 특색은, 주인공이 최약체라는 점이다. 허약체질인데다가 불치병까지 앓고 있다. 뭔가 병의 씨앗을 몸에 품고 있거나, 중대한 약점을 안고 있거나 하는 경우는 다른 이셰계물에서도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치트 능력을 마구 뿜어내고 나서 하악하악 하는 게 일반적인데, 본작은 아예 하루 활동하면 사흘은 앓아 누울 정도로 허약체질이다. 그러니 치트는커녕 일반인보다도 체력이 부족하고, 따라서 외부 활동 자체가 몹시 제약된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어떻게든 꿈에 그리는 '책'을 손에 넣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같은 활자중독 환자에게는 범상찮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참고로 그녀가 안고 있는 '불치병' 이란, 체내의 마력이 점점 늘어나 제어가 되지 않아서 최종적으로는 마력에 삼켜져 죽게 되는 병인데, 마법 도구가 있으면 급한 대로 진정시킬 수는 있지만, 대부호 입장에서도 엄청난 고가품. 그날 그날 끼니를 때우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주인공네 집안 사정으로는 꿈조차 꿀 수 없는 물건인 것이다. 여담으로 이 이야기를 들은 순간 '영호충 아닌가...?' 라고 생각한 것은 안자랑. 그래도 '역근경이 있다면 비싼 마법 도구가 없더라도 운기조식을 해서 내력을 다스릴 수 있을텐데...' 라고 멋대로 망상을 해 보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마법 도구는 비싸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반면, 역근경은 돈을 암만 퍼줘도 쉽게 반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본작은 다른 작품과 달리 3권으로 에피소드 1이 완결되는 구조다. 이걸 파트 1이 세 권까지 늘어났다고 봐야 할 지, 시즌 1을 세 권으로 간추렸다고 볼 지는 독자 맘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내용이 빽빽한 건 푸짐하게 담은 밥상을 보는 거 같아 매우 기껍다.

* 본작에서 제일 맘에 드는 캐릭터는 마인의 부친인 귄터. 마누라 앞에선 어린애 취급 받고, 딸내미들 앞에선 바보 취급 받지만 ~실제로 중증의 딸바보다~ 가족을 위해서는 극형을 선고하겠다고 협박해도 코웃음치고 용감히 싸우러 나선다. 무엇보다도, 마인이 앞으로 1년의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가족들이 다 잠든 밤 혼자서 술을 마시며 눈물 짓는 장면은 백미였다. 그야말로 '사나이는 등으로 운다' 그 자체 아니겠는가.

* 주인공의 덕심이 다소 어설픈 점이 있다. 닥종이 만드는 법은 실기는 어쨌건 이론상으로는 완벽하게 알고 있으면서 정작 파피루스 만드는 법은 거의 모르고, 점토판이니 목간이니 죽간이니 하면서 제지술의 역사는 꿰고 있는 반면, 양피지나 잉크가 비싼 물건이라는 것은 또 모른다.

*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리얼(불법)로리 캐릭터인데, 전혀 모에하지 않다. 의도적으로 작가가 그런 분위기로 쓰고 있어서 그렇겠지만...암튼 이걸 읽고 나니 내 스스로도 마력에 침탈당한 것처럼 축축 늘어지고 있는 중이다.

덧글

  • 포스21 2017/02/06 20:25 # 답글

    이거 코믹스로도 있더군요. 코믹스 쪽은 좀더 귀여운 느낌이던데 ^^
  • 자유로운 2017/02/06 21:26 # 답글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로군요.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나온다는게 놀라울 뿐입니다.
  • Excelsior 2017/02/07 09:47 # 답글

    재밌어보이네요, 환생+치트는 요즘 워낙 식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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