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서울 슈타츠카펠레

[팜플렛] 오델로(EST님)

오페라 가수의 <피부색> 문제를 언급하다보니 떠오른 음반이 있다. 같은 베르디의 <아이다>다.



북아프리카가 배경이어서 당연히 출연진이 모두 흑인으로 설정된 작품인데(오늘날의 이집트인을 생각하면 좀 다르다 싶기도 하지만), 전원은 아니지만 주역 여성 가수 두 명을 흑인으로 캐스팅한 '쉽지 않은' 음반이다. 사실 노래만 잘 부르면 피부색 따질 이유가 전혀 없지만, 프라이스가 <트로바토레>나 <토스카>를 불렀을 때보다 더욱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는 건 역시 인종적 편견이 내게 남아 있기 때문일려나. 같은 유색인종 동지로서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각설하고, 사실 프라이스는 본작 이전에도 데카에서 이미 <아이다>를 녹음한 적 있고, 그것도 존 빅커스가 상대역에 지휘는 무려 게오르크 숄티라는 호화 출연진이었지만, 사실 망한 레코딩이었다. 프라이스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오텔로에서는 참으로 빛나던 빅커스가 라다메스를 부르니 갑자기 느끼한 플레이보이처럼 변했고, 천하의 숄티 경이 지휘하는데 템포가 오락가락 하고 있다. 왕년의 에리히 클라이버도 <피가로>를 녹음할 때 막 헤맨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가수들에게 맞출까 말까 하다가 망한 사례인데, 여기선 딱히 그럴 일도 없는데 헤맨다. 그 음반을 라인스도르프가 반면교사로 삼았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본반에서 라인스도르프는 철저하게 뒤로 물러나는 스탠스를 취함으로서 숄티의 실패를 벗어났다. 그렇다고 줄리니가 <리골렛토>녹음할 때처럼 진짜 공간적으로 뒤로 물러나 오케스트라가 들릴락말락한 상태인 건 아니다.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나름 초 호화 캐스팅인 본작의 출연진들을 철저하게 살려주는 지휘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걸 매우 잘 해내는 지휘자로 리차드 보닝을 꼽을 수 있지만, 보닝처럼 뒤쪽에서 흥을 막 돋궈주는 스타일과는 또 다르다. 뭐가 어찌 되었건 본반은 듣기 참 좋은 음반이다. 작품 자체를 좋아한다면.

덧글

  • 漁夫 2017/06/30 21:42 # 답글

    도밍고는 무티 지휘도 있는데 아무래도 이건 그 전 녹음이겠군요.
  • rumic71 2017/07/02 15:00 #

    네, 무티도 있고 아바도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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